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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 캐나다 캠핑

[AY 캠핑] Bruce Peninsula, Tobermory 토버모리

캐나다에 온 해, 여름, 첫 캠핑.

 

친구들이 쿵짝쿵짝해서 세워놓은 계획에 숟가락 얹기. 

캐나다의 ㅋ자도 모르던 때라.

 

그들의 선택은 Bruce Peninsula. 

토버모리로 유명한 이곳은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서너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김연아가 언급해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하더라.

 

아무튼, 여차저차 케빈도 예약하고, 차도 빌리고, 가는 날 다같이 모여 장도 봤다. 

 

국도를 한참 달리던 와중, 

두둥.

 

 

 

 

이유는 속도위반. 

어디까지나 변명이지만, 

일단 차가 한 대도 없는 도로를 삼십분 넘게 달려야 했고, 

시속 80이 제한속도 였는데, 86으 달렸다. 

하여..

$270 티켓을 끊음.

 

시원하게 티켓 하나 말아먹고, 다시 출발해서 해가 다 떨어지고 겨우 도착. 

Bruce Peninsula에는 엄청나게 많은 캠핑 장소가 있는데, 

당시에 내가 준비를 거의 안해서 국립공원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난다. 

 

4인용 케빈의 모습.

어릴적 톰소여의 모험이나 15소년 표류기를 읽으면서 상상했을 법한 자그마한 오두막.

케빈 내부 사진은 없는데, 찍을 것도 없이 2층짜리 침대 두개가 ㄱ자로 덜렁 놓여있었다. 

그 외에는 이불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거미줄이 몇 있었을까. 

우리의 선택을 받은 이 캠프사이트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내부는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그래도 몇번의 밤과 낮 동안 비를 막아주고, 젖은 옷을 널 수 있게 해주고, 

친구들과 노닥거리기에 충분했던,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해 준 고마운 케빈이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큼지막한 Fire pit도 하나. 

 

 

 

 

 

이곳에서 머무는 날들 중 70%가 흐리고 비도 종종 와서, 

Singing Sands Beach에서의 사진은 단 한장도 건질 게 없더라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 보이는, 수심이 아주 서서히 깊어지는 그런 호숫가였고

날씨가 좋았더라면 수영하기도 좋았을 듯.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지같은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수영을 하는 의지력을 보였으나,

물에 다 젖고 나서는 얼어죽을 뻔.

8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Bruce Peninsula의 유명하고도 아름다운 그곳으로 갔을 때는 햇볕이 쨍~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간 데다, 전날 Singing Sands Beach가 그 모양이었던 터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물가로 걸어나가는 오솔길에서도 

기대따위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아, 이건. 

엄지가 척 자동반사, 입이 떡 벌어지는 풍경.

아 이게 뭐야 진짜,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했을 때 지었을 법한 표정으로 다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는.

 

 

 

 

 

 

 

수심 5m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토버모리의 맑은 물은, 

북극해로 이어져있어 아주 차갑다.

차갑기도 하고, 깊기도 해서 실제로 물놀이를 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쨍하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물에 뛰어든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스노쿨링을 하며 지나가는 몇몇을 보긴 했다. 

하지만, 뭐에 홀리기라도 한듯 물속에 뛰어들지 않고는 못 베길만큼 아름다운 물. 

그리하여, 

정신줄 놓고 이 맑은 자연을 헤엄쳐 다닌 용감한 우리들. 

 

수영도 했겠다, 배가 고픈 우리는 이제 Bruce Peninsula 끄트머리 지역인, 토보머리로 와서 

이 지역 명물(?)이라는 피쉬앤칩스 시식.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숙박을 해서 핸드폰이나 사진기 충전을 여유롭게 못하다보니, 

사진을 양껏 찍을 수가 없었다. 

태양열 충전기를 가져갔으나 무용지물.

사진 찍는 대신 더 집중해서 잘 놀기야 했지만. 

막상 포스팅해서 공유하려니 다 못 찍은 사진들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

 

사진에 담지 못한 여러 에피소드 중 

잊을 수 없는 것은 밤하늘.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 내 눈으로 직접 본 최고의 장면이었다.

술을 홀짝이다 별이나 보러 나갈까 해서 주차장 쯤 

주변이 뻥 뚫린 곳으로 걸어나갔는데, 어머나 세상에.

마치 천문대에 있는 반구 형태의 체험관처럼

발밑을 제외한 사방에서 나를 감싼 엄.청.난. 별들과 은하수와 별똥별.

내가 땅이 아닌, 밤하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하는 게 더 정확하려나. 

고개를 하늘도 들어올리지 않아도 눈 바로 앞에 별들이 한 가득.

추측하건데 Meteor shower가 있던 밤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지 않고, 5초에 하나 꼴로 훅훅 꼬리를 그리며 지나갔던 그 별들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별똥별을 100개는 본 듯.

 

날이 계속 흐려서 밤하늘은 기대조차 사치였는데, 

평생 간직할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셈. 

 

그러고보니, Bruce Peninsula는 항상 서프라이즈다. 

이 캠핑 다음해에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데. 

그때, 

나의 캠핑의 역사가 전환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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