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민을 고민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것이라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그럼, 정말 캐나다는 살기 좋을까?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캐나다는 좋지? 거긴 살기 좋아?
...
가장 적당한 답을 찾기 위해 빨라지는 두뇌회전.
친구들, 가족들, 언어, 나이, 교통, 정치, 인간관계, 직장생활, 문화
각종 키워드가 머릿속을 헤집어 놓지만
기껏 할 수 있는 대답이란,
장단점이 있지.
그동안 경험한 캐나다,
진짜 살만한 곳인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진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캐나다에서 지낸다고 하면, 한국 지인들은 대부분 좋겠다, 부럽다, 멋지다 합니다.
어떤 면에서 그리 이야기하는지 왜 모르겠냐만은. 글쎄요.
개인차에 따라,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 같아요.
문화/사고방식의 차이
'아 진짜, 고만 좀 밀어요.'
'XX야, 이럴 줄 모르고 버스 탔어? 그냥 택시를 타지 왜 여기와서 XX이야!'
출근길 버스 안.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싸움.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인상쓰고 싸우는 사람들.
귀가 찢어지게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 소리, 목소리 큰놈이 이기는 교통사고,
부딪혀도 모른척 지나가는 사람들, 늘 찌푸려져있는 미간 주름,
손가락질과 시선이 두려워 혹은 교통수단이 없어 사회생활이 힘든 장애인들,
물불 안가리는 취객들, 없는 곳이 없는 변태들,
초면에도 서슴없이 건네는 사적인 질문들, 쿨함과 구분하지 못하는 경솔함,
희롱인 줄도 모르고 희롱하고 희롱받는 사람들,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우리는 하나, 가족적인 직장문화.
맞아요. 네.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제가 겪었던 이런 한국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좋은 문화도 많지만요)
소수자를 향한 시선
몸이나 마음, 정신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아주 달라요.
먼저, 어느 곳이나 그들을 위한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고, 대중교통 수단도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사람들의 시선,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바쁜 출근시간, 피곤한 퇴근시간이라도 버스에 휠체어가 오르는 동안 아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휠체어가 설 지정된 공간을 비워주면서도 아무도 투덜거리거나 손가락질 하지 않고요.
정신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욕하기 전에 Mental illness와 그들은 위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Sorry So Sorry
캐네디언은 Sorry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해요.
미국에 다녀온 캐네디언 친구가 그 사람들 Sorry를 안한다며ㅋㅋ 우리는 고마워도 쏘리 미안해도 쏘리 뭘해도 쏘리라며ㅋㅋ
언젠가 제가 쏘리하니까, 듣던 캐네디언이 그거 캐네디언 건데 왜 쓰냐고 농담을 던질 정도예요.
그래서 길가다 잘못 부딪히거나 아주 조금만 몸이 스쳐도 쏘리~하기 때문에 무례할 틈이 잘 없습니다.
공과 사의 구분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한국인들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반면,
이곳 사람들은 친해지고 나면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친해져도 상대가 먼저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먼저 사적인 질문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직장생활과 사생활도 잘 구분하는 편이에요.
아, 한국에서 제 동료가 팀 선배에게 받았던 질문이 생각나네요.
'ㅁㅁ씨 어제 남자친구네서 자고 온 거야?'
지 딴에는 이런 덜떨어진 질문을 서슴없이 하는 게 쿨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ㅎㅎㅎ
정대리, 오늘 술한잔할까? 등 상사로부터 술이나, 심지어 점심을 포함한 식사제의를 받는 경우도 못봤습니다.
점심시간은 쉬는 시간이잖아요! 저녁은 사적인 시간이고요. (휴일, 명절, 저녁 시간은 대게 가족과 함께)
오히려 일을 회사 밖으로 가져가는 게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고 생각한달까요.
생각해보면 참으로 당연한 것을.
다양함의 공존과 존중
한국을 떠나서 먼저 잠시 머물렀던 곳은 캐나다가 아니라 뉴욕이었는데,
도착한 첫날 장난감 가게 ToysRus에 갔습니다. 구경하러요.
아기자기 바비인형들이 줄지어 있더군요.
뒤통수를 한대 후려맞은 기분이었어요. 인종별로 늘어선 바비인형들.
어릴적 보고 자란 인형이 금발이었으니
바비인형=금발 이런 공식이 어딘가 있었던 건지.
어느날인가는 혼자 이국적인 도시를 만끽하며 길을 걷는데,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갑자기, 마법봉을 휘두른 듯 미의 기준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걸 깨달았어요.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
색도 다양하고, 체형도 다양하고, 취향도 문화도 언어도 다양하다보니
누가 옷을 잘입고, 누가 화장을 잘했고, 누가 더 잘나고 못났다 가릴만한 기준 자체가 불가능하달까요.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깨닫지 못했던 것들.
외모로 평가하고, 평가받지 않는 사람들
흔한 인사말,
어머, 너 살빠진 거 같아. 살쪘네? 오늘 화장했네?
왜 이렇게 늙었어? 피부 좋아졌다~ 얼굴이 부었네.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면 앞다투어 일단 이렇게 외모와 관련된 인사로 시작하곤 했는데.
캐나다에 살면서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던 인사말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더군요.
외모에 대한 지적, 우리 일상적인 대화 속에 참 많았구나 싶어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정말 자주 들었던 대화들도 떠오릅니다.
00씨는 왜 화장을 안하고 다녀? 화장 좀 해~ 화장하면 훨씬 예쁜데~
왜 라식수술 안해? 안경 안쓰면 더 예쁜데~
오늘 퇴근하고 어디 가나봐? 데이트 있어? 오늘 남자친구 만나?
외모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게 여기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 중 하나인데,
아니, 조심스럽다기보다는, 뭐랄까, 많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굳이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요. 잣대를 들이대지도 않고요.
외모 얘길 꺼낼 때도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거나
남자친구 만나? 처럼 사적인 사안에 대한 언급은 조심하는 편입니다.
어, 오늘 예쁘다, 보기 좋다, 등의 긍정적인 멘트만 가볍게 하고 넘어갑니다.
상대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굳이 묻지 않고요.
그렇다보니 경쟁적으로 유행을 따라가지도 않아요.
물론 유행이 있고, 따라가고 하지만,
한순간에 에브리바디 똑같은 앞머리, 똑같은 화장, 똑같은 가방, 똑같은 물컵, 똑같은 식당, 똑같은 운동~
이런 건 아무래도 찾아보기 힘들답니다.
직장문화
캐나다에도 셀수없이 많은 직장이 있고, 제가 모든 직장문화를 알 수는 없으니
제가 다녔던, 그리고 다니는 직장 이야기만 해볼까 해요.
야근문화가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요 (있는 회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제로 임금을 받는 경우는 당연히 시간 외 근무수당 있습니다.
(이민자가 넘쳐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고용주들도 아주 많습니다.)
회식이나 파티는 하지만, 부어라 마셔라, 니가 쏴라 내가 쏘마 이런 거 본 적 없습니다.
회사에서 주최하는 파티가 아닌 이상, 각자 먹은 건 각자 계산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
술을 강요하거나 2차를 강요하거나 노래방 등 무언가를 강요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직장 내에서 '우리는 한가족' 이런 가족적인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는 이질감이 가끔 있었더랬어요.
기억을 되짚어보면 한국에서 회사다닐 때 간식 등을 먹으면 꼭 나눠먹곤 했던 것 같아요.
혼자 먹으면 이상한 사람처럼 느꼈던 것 같고.. 기억이 가물가물..
밥을 먹을 때도 꼭 같이 나가고, 꼭 같이 앉아서 먹고.
혼자 먹는 건 상상도 못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자기 음식 싸와서 혼자 앉아서 밥먹으며 혼자 시간 보내는 게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혼자 밥 먹는다고 어머 왜저래 왕따~ 이러지 않아요.
자기에게 필요한 양의 간식이나 식사를 가져와서 먹고, 나눠먹지 않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바탕으로 끄적인 한국 vs 캐나다의 문화와 사고방식입니다.
문화/역사적 배경이 다른만큼 모든 나라의 삶의 방식은 다르고,
그것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테지요.
문화를 대하는 자세에도 개인차가 있을 테고요.
캐나다에서 살면서 쌓아둔 못다한 이야기들 차차 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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